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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와 여성의 섹슈얼리티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론
초록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은 가부장제 하에서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젠더의 의미를 자각한 여주인공이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부장제 이념과 맞서는 힘겨운 게임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여주인공이 처한 위치는 어머니로부터 딸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젠더를 억압적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조명되고 있는데, 작가는 그것을 아버지에게는 현상적 질서를 유지해 나아가기 위한 상투적인 시간 죽이기이지만 상대자인 여주인공에게는 어머니의 삶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 전체가 걸려 있는 치명적인 게임이라는 견지에서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이 작품은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이라는 젠더에 부과된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인지하고 새로운 젠더-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위기의 국면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 작품은 여기서 새로운 젠더-정체성의 확립하기 위해서는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문제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저녁의 게임〉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가부장제가 강제한 젠더 이데올로기의 가장 첨예한 국면이다. 여기서 섹슈얼리티란 말은 한 개인의 성적인 각성을 야기하거나 그와 연관된 행위 및 경향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비단 성적인 욕망에 따른 육체적 관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주체의 성적인 지향이나 정신적 성향 또한 섹슈얼리티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는데, 〈저녁의 게임〉은 여주인공의 성적인 일탈과 백일몽을 통해 “억압과 분리, 불평등, 그리고 여성들의 내면화된 열등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처절한 노력을 보인다. 물론 그녀가 선택한 아버지에의 저항이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인물이 스스로 택할 수 있는 어떤 대안적인 삶의 서사를 충분히 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일의 당위성과 가능성을 입증해보인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성 섹슈얼리티의 발견과 그것에 부과되었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편향성에 대한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현대소설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이 작품에서처럼 정면적으로 그리고 당당하게 표현된 경우는 없었으며, 특히 수태나 성교와는 무관한 여성만의 독자적인 섹슈얼리티가 긍정된 경우 또한 이 작품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은 한국 여성소설에 있어서 아주 예외적이며 특별한 작품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성 섹슈얼리티가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의 실존적 조건일 수 있으며 또한 여성적 서사를 작동시키는 단초일 수도 있다는 소설적 발견만으로도, 〈저녁의 게임〉은 여성소설은 물론 우리 소설 전체의 흐름 속에서도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
- 제목
- 가부장제와 여성의 섹슈얼리티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론
- 제목 (타언어)
- Patriarchy and the female sexuality ― Oh Jung-Hee's Night Game
- 저자
- 김경수
- 발행일
- 2004-06
- 저널명
- 현대소설연구
- 호
- 22
- 페이지
- 75 ~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