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제도의 본질과 재심 대상 범죄로서 직권남용죄의 해석

The Nature of the Criminal Retrial System and the Interpretation of Abuse of Authority as a Ground for Retrial

초록

현행 형사소송법은 ‘3심제’를 원칙으로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는 항소와 상고를 통해단계적으로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법률판단에 대한 오류나 부당한 인권 침해 등을 시정하기 위한 비상구제절차로서재심 제도가 인정된다. 최근 대법원은 과거 정치적 또는 국가적 폭력 사건에서 재심을 개시하면서 오랜 기간 확정판결의 권위 아래 가려져 있던 형사사법의 오류를 늦게나마 바로잡고 있다. 대상 판결은 소위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는데, 당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위법ㆍ부당한 강압수사가 있었음이 확인되었고, 대법원은 검사가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며 유도신문을 하는 등 사회통념상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신문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위법하게 수사권을 남용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상 재심 제도의 본질에 대하여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고도의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어야 하나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하고도 참을 수 없을정도의 부정의를 초래하는 것이라면 예외적으로 시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는것이 일반적이다(입법정책설). 그러나, 재심은 단지 정의를 위해 법적 안정성을 후퇴 내지양보시키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법원이 자체적으로 모순을 극복하는 절차적 제도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즉, 헌법적 형사소송법의 관점에서 볼 때 유죄 확정의 권위는 오직헌법상 적법절차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균형이라기보다는 ‘불법에 대한 정의의 바로잡음’ 내지 ‘헌법적 한계상황에대한 최후의 방어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헌법적 근거설). 형사소송법 제420조 각호에 규정된 사유에 대한 현재의 제한적 해석은 여전히 재심을 ‘열리지 않는 문’과 다름없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고, 사실상 새롭게 명백한 증거가발견된 경우를 정하는 제5호만이 유일한 재심사유로 인정되어 왔는데, 최근 대법원은제5호뿐만 아니라 담당 판사나 검사, 수사관 등의 직무 관련 범죄를 규정한 제7호 역시 중요한 재심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그중에서도 담당 검사의 수사권 남용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것인데, 이처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형법상 구성요건 해석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과거 공무원에 대한 뇌물수수죄 등에 대한 추가ㆍ보충적성격을 갖는데 그쳤으나(‘태동기’ 내지 ‘형성기’), 지난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을 거치며 대표적인 공직범죄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부흥기’ 내지 ‘확장기’), 고위공직자의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범과 2024. 12. 3.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부분 공무원 범죄에서 문제되고 있다(‘전성기’). 더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함께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설치되는 새로운 수사구조 아래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직자 부패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하고있는 수사기관이 ‘관련범죄’로서 수사권을 확장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해석이 갖는 형사법상 의미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대법원은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등을 거치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다양한 법리를 제시하여 왔는데, ① 일반적 직무 권한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 법리는 일본최고재판소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서 구성요건으로서 ‘직권남용’에 대한 객관적 해석 기준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고, ② 상대방을 일반 사인인 경우와 공무원인 경우로 나누어 차별적 판단을 하는 법리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본질상상대방의 의사 억압 정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건대, 대상 판결은 검사의 수사권 남용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긴 하다. 그러나, 대상 판결을 바탕으로 대법원이 검사나 수사관의 부당한 신문이 이루어지는경우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단정하기는어려울 것이다. 즉,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보호법익와 구성요건 해석 법리에 의할때, 단지 위법하거나 부당한 신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수사권 남용에 따른 직권남용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며, 예외적으로 그와 같은 위법한 신문이나 압수수색, 체포나 구속 등에 따라 상대방이 실질적으로 자유와 권리를 상실할 정도로 의사 억압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된다고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 판결은 예외적인 사정에 기초하긴 하였으나 검사의 수사권 남용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한편 이를토대로 재심사유로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까지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물론 헌법적 차원에서도 그 의미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키워드

Criminal RetrialGrounds for RetrialAbuse of AuthorityAbuse of Investigative AuthorityConstitutional Criminal ProcedureRelated Crimes재심재심사유직권남용죄수사권 남용헌법적 형사소송법관련범죄
제목
재심 제도의 본질과 재심 대상 범죄로서 직권남용죄의 해석
제목 (타언어)
The Nature of the Criminal Retrial System and the Interpretation of Abuse of Authority as a Ground for Retrial
저자
이종수
발행일
2026-03
유형
Y
저널명
형사법연구
38
1
페이지
287 ~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