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472조의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 ―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다272234 판결에 대한 비판 ―

Erfüllung an den zur Annahme der Leistung nicht Ermächtigten im § 472 Koreaniches Bürgerlches Gesetzbuch(KBGB) — Kritik an dem Urteil des Obersten Gerichtshofs 2023Da272234 vom 14. Dezember 2023 —

초록

민법 제472조는 “…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는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다272234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를 사후에 ‘추인’한 것이 민법 제472조의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채권자가 권한 없는 자에 대하여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였다는 그 자체만으로 곧 권한 없는 자의 변제수령행위를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대법원은 민법 제472조로 인하여 채무자의 피고(=변제받을 권한 없는 제3자)에 대한 변제가 원고인 채권자에 대하여도 유효하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대상판결을 글감의 재료로 삼아 민법 제472조에 대한 기존의 이해, 해석론 등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그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였다. 이 논문에서 필자가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민법 제472조 규정은 “전2조의 경우 외에”로 시작하고 있어 형식상 민법 제470조, 제471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지만,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에 관한 민법 제470조, 영수증소지자에 대한 변제에 관한 민법 제471조, 기타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를 유효로 하는 다른 민법 규정들과는 그 본질을 달리한다. (2) 우리 민법 제472조 규정은 의용민법 제479조를 거쳐 구 프랑스민법 제1239조 제2항을 계수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해당 규정들에서는 우리 민법 제472조 규정과 비교하여 간과할 수 없는 차이가 발견된다. 구 프랑스민법 제1239조에 따르면, 변제는 원칙적으로 채권자나 수임인, 적법한 변제수령권자에 대하여 행해져야 하고(제1항), 수령권자 이외의 자에 대하여 행해진 변제는 예외적인 때에 한하여 유효하게 될 뿐이다(제2항). 해당 규정은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로서 ‘채권자가 변제를 추인하는 때’와 ‘채권자가 변제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때’를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한편 의용민법 제479조는 우리의 영수증소지자에 대한 변제에 해당하는, 수령증서의 소지인에 대한 변제에 관한 의용민법 제480조와 연결되지 않는다. 그 결과 의용민법과 구 프랑스민법의 해당 규정의 적용범위는 제한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 민법 제472조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3) 문헌은 민법 제472조를 “진정한 권리자가 해당 변제로 실질적 이익을 얻었다는 측면에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기 위한” 내지 “간이결제를 의미하는 규정”으로 이해한다. 이는 채권자의 측면에서 이미 받은 것을 수령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같은 것을 채무자에게 다시 청구하는 것이 무익한 상황일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민법 제472조가 실질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①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가 변제로 받은 급부를 가지고 채권자의 자신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거나 채권자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함으로써 채권자의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등 채권자에게 (간접적으로) 실질적인 이익이 생긴 경우나, ② 채무자가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하여 변제를 실행하였고 그 결과 변제목적물이 그 권한 없는 자의 점유 하에 있는데, 채권자가 그 권한 없는 자를 상대로 하는 소 제기 등을 통해 그로부터 실질적인 이익을 실현할 의사 내지 필요가 있는 경우들이다. 대상판결의 사안 또한 ②의 경우에 해당된다. (4) 대상판결이 채무자의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를 채권자가 사후에 ‘추인’한 것이 민법 제472조의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채권자가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하여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였다는 그 자체만으로 권한 없는 자의 변제 수령행위를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간주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 채권자가 무권한자의 변제수령행위를 추인하였더라도 그 자체로 곧 채권자가 이익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채권자가 변제수령권한이 없는 자에 대하여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였다는 그 자체만으로 권한 없는 자의 변제수령행위를 채권자가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특히 변제수령권한 없는 자에 대해 잘못 변제를 한 채무자가 무자력인 경우나 채무자에 대해서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잘못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채권자에게는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구할 가능성이 함부로 배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추인’은 우리 민법 제472조의 “채권자가 이익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변제수령권한이 없는 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변제에 관하여 채권자가 추인할 가능성이 부정되지는 않으며, 이러한 추인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를 민법 제472조에 의해 처리하려면, 법규정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5) 한편, 민법 제472조는 그 자체적으로도 적용되는 경우를 제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자를 상대로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변제를 받을 권한이 없는 자에게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였더라도, 이러한 이행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변제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변제를 받을 권한이 없는 자에게의 변제행위가 채권자에게도 변제로서의 효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를 정당화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채권자가 변제수령권한 없는 자를 상대로 한 소 제기를 통해서 명백히 채무자에 대한 채권 상실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부당이득 반환을 받고자 하거나, 또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채권자의 책임 없이 이미 시효가 완성되었거나 강제조정결정 등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청구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하였거나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발생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상속분채권은 이미 시효의 완성으로 인하여 소멸하였는 등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평가될만 것들이 여럿 있어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얻은 이익의 한도에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결론지워질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한편 제3자의 권한 없는 변제수령에 대한 채권자의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면서도, 묵시적 추인을 인정할만한 사정인지는 관계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들도, 결국 변제를 받을 권한이 없는 자에게의 변제행위가 채권자에게도 변제로서의 효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를 정당화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필자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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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füllungErfüllung an den zur Annahme der Leistung nicht ErmächtigtenAnnahme der LeistungGenehmigungStillschweigende Genehmigung§ 472 KBGBUngerechtfertigte BereicherungErfüllung an den Quasibesitzer einer Forderung변제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변제의 수령추인묵시적 추인민법 제472조부당이득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제목
민법 제472조의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 ―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다272234 판결에 대한 비판 ―
제목 (타언어)
Erfüllung an den zur Annahme der Leistung nicht Ermächtigten im § 472 Koreaniches Bürgerlches Gesetzbuch(KBGB) — Kritik an dem Urteil des Obersten Gerichtshofs 2023Da272234 vom 14. Dezember 2023 —
저자
이준현
DOI
10.15821/slr.2024.32.3.001
발행일
2024-11
저널명
서울법학
32
3
페이지
1 ~ 44